by 이경수 (서울탑동초등학교 교장)

이경수 교장

본교는 교문과 중앙현관이 20미터 밖에 되지 않아 좋은 점이 있다. 교문 앞 보안관실 근처에 서 있던 학교 보안관, 당직 기사, 주무관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퇴근길 나가는 교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정(情도) 함께 나눈다. 우리 학교를 사랑 듬뿍, 열정 가득한 학교로 소개한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혁신학교 4년 차를 맞아 학교에 많은 변화들 중 의미있는 몇 가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탑동초등학교 전경

“미소로 인사하기”

인생에서 인사하기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의 행복에 밑거름이 되는 ‘인사’를 잘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너는 왜 인사를 안 하니? 인사는 해야 한다.”라고 접근하기보다 조금 기다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매년 전교생 대면 학교장 인성교육 수업 시간(올해는 온라인)을 활용하여 탑동 미소인사법을 소개 하였다. ‘54 홍길동(학년 반, 이름) 힘찬고구마(힘들지? 괜찮아, 고마워, 그렇구나. 미안해.의 줄임말)’를 어린이들이 열심히 따라 하고, 멀리서 ‘힘찬고구마’를 외치며 인사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 유쾌한 인사의 생활화로 아이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행복을 주는 좋은 말을 사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다.

“단 한 명의 지지자”

한 명의 지지자가 소중한 생명을 살린다. 교육자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마술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잘못을 했을 때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어른들이 함께 감당할 몫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대할 때, 어린 아이들은 자기가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아이들의 잘못된 습관을 바꾸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멀리 내다보고 지도하면 어느 순간 새로운 길로 가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멀리서 눈으로만 말하고 손만 흔드는데도 아이들이 내 속 마음을 알아차릴 때는 신기하기도 하다.

지난해 대안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부적응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교직원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였다. 한 아이의 인생을 바로 서도록 돕기 위한 전문가의 손길과 교사, 실무사, 보안관, 온 교직원이 세밀하게 협력한 결과, 아이들은 점점 나아지고 희망이 보였다. 한 명의 학생을 위해 전심전력하는 단 한 사람의 헌신과 노력이 중요하다. 본교는 그렇게 학생들을, 서로를 지지하는 단 한 명이 참으로 많다.

“서로 칭찬하는 문화”

사람은 나를 인정해주고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열 가지를 잘해주고 백 가지의 감사한 일이 있어도, 한 가지에 상처받는 사람의 심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너그럽게 사람을 바라보아야 한다. 나를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사람 앞에서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연령,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인격적으로 온 마음을 다해 존중하고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사정이 있을 것이라 이해하면 서로 교감이 일어나고 래포가 형성된다. 타인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느껴보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학교장으로서 교직원들에게 요구하기 보다 감사를 표현하고 진실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려고 노력 한다.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상황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간과 해서는 안 된다. 때론 내려 놓기도 하고 상대방이 민망하지 않도록 재치 있게 이야기를 풀기도 한다. 마음을 사로 잡기에는 마음을 전하는 칭찬이 최고이다.

“열정 가득 교직원”

최고의 파트너 탑동부장단

탑동초 부장단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웃음과 에너지가 넘친다.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서로 존중하며 각자 맡은 바를 프로의식을 가지고 멋지게 처리한다. 부장들의 중지가 모였을 때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한 사안은 한 건도 없었다. 학교장이 어떤 의지가 있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교감의 조력과 헌신,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부장들의 열정과 추진력으로 최고의 교육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학교를 위해, 학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유치해서 즐겁게 추진 하는 교사들도 많다. 그것이 우리 학교의 멋진 문화이다.

의견을 모아놓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의견수렴을 할 필요는 없다. 시설이든 교육 활동이든 예산과 타당성, 효율성, 현실성을 검토해 보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반영하자는 것이 학교장으로서의 경영 방침이기도 하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나 제안을 받았을 때 작은 기쁨도 맛보게 된다. 교문 앞 양지바른 곳에서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복숭아나무를 보면, 저 나무를 그늘에서 양지로 옮겨 심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하신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며 뿌듯한 마음이 가득해진다. 작은 관심과 시선, 그것이 열정의 시작이다.

“최강 동반자, 학부모”

학부모회 연수 모습

학부모의 협력을 공유하기 위해서 우선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부모들이 언제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게 하지 않도록 표현의 장을 미리 마련하였다. 교내에 ‘통통 소리함’이라는 건의함을 마련하여 연중 어느 때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하였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필요한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필요한 것은 선제적으로 공개하고, 제안한 의견에 대해서는 작은 건이라도 피드백 하도록 노력한다. 그런 작은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학교의 이미지가 되고 신뢰가 쌓여간다. 매월 ‘탑동통신’ 발간을 통해 학교의 열정적이고 알찬 활동을 주기적으로 홍보하고 학교교육활동을 안내한다. 학교의 소식을 함께 공유하며 학부모님 또한 하나의 탑동 가족으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탑동 교육의 동반자, 학부모들은 이런 학교의 노력을 잘 알고 학교를 신뢰하며 든든하게 협력한다.

“무엇보다 안전”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교육청 환경개선사업 진행과 지자체 사업 유치가 많았다. 선택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사업(뮤지컬실, 치유공원 등)은 담당 교사의 자발적 의지와 구성원의 협의를 통해 추진하였다. 그간의 학교 환경이나 시설이 개선되었다는 것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사항이다. 예산이나 규모가 큰 시설개선도 필요하지만 생활하면서 생기는 교내외 수선, 수리가 학교관리의 기본이며 당일 접수, 당일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요구하기 전에 찾아내서 매일매일 안전하게 예방한다. 행정실의 노고와 헌신 없이 학교 시설과 교육 활동이 원활하게 돌아 갈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안전에 대해 미흡한 부분의 지적보다 노력해 준 부분에 대해 감사를 표현하고 노고를 인정하면 마음에서 우러나서 업무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시설에 관해서는 모든 교직원과 심지어 학생들까지 내 집처럼, 내 사업장처럼 관심을 가진다.

치유공원 ‘별마당’ 모습

“다 함께 이끄는 학교”

학교 경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하는 것이다. 모든 갈등은 의사소통의 부재와 관계 소홀에서 온다. 묻지 않아도 구성원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학교 돌아가는 상황과 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한다. 회계든 교육 활동이든 문제가 생기면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빠르고 지혜롭게 판단하여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현재의 탑동은 다양한 구성원이 스스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제반 여건을 최상의 결과로 자아내는 작은 영웅들의 집합소인 탑동교육 가족이 있기에 가능하였다. 민주적 운영과 투명성, 구성원 간의 자유로운 소통을 바탕으로 열정과 사랑이 가득한 학교가 될 수 있었다. 혁신학교의 성과는 어떤 요소보다 사람이 힘이다. 그 사람들이 최선의 모습으로 어울리게 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4년 간 그 문화 조성을 위해 학교장으로서 사랑과 열정을 쏟았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애쓰는 모든 학교들을 응원하며 우리 학교의 작은 이야기가 힘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학교장인성수업
탑동초 학생들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