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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스웨덴 학교 탐방기 / 그곳의 풍경

by 서울교육연구년 교사 독산고등학교 신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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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1 서울교육연구년 교사 독산고등학교 신기숙

올해 서울교육연구년 교사로 2019년 6월 9일부터 20일까지 12일간 덴마크와 스웨덴의 학교를 탐방하고 돌아왔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의 관점에서 덴마크와 스웨덴 학교 방문기를 간단하게 적어보았습니다.

 


그곳

 

북유럽의 가장 좋은 날들이라 불리는 6월, 덴마크와 스웨덴을 다녀왔다. 잠깐의 시간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그러나 사랑은 양 이전에 세기. 훅 하고 들어와 빠져나가지 않고 남아있는 ‘그곳’의 풍경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두고자 한다. 



누가 봐도

 

누가 봐도 “참, 여유 있게 산다!” 소박하지만 자기만의 소중한 일상이 있고, 그것을 이웃과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사실 덴마크와 스웨덴은 과거 지배와 종속, 전쟁과 갈등으로 얽히고설킨 애증의 관계다. 19세기 중반 20세기 초 사이 시차는 있지만 양국 다 패전과 지독한 빈곤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겪었고 강도 높은 사회개혁으로 이를 넘겼다. 지금은 축구 빼고는 가장 평화롭고 협조적인 이웃으로 닮은꼴 직진 중. 두 나라 모두 대표적 복지국가로 ‘고(高)부담 고(高)신뢰 사회’를 이루고 있으며, 바이킹의 후예, 언어와 십자가가 누운 형태의 국기모양, 입헌군주제 국가라는 점, 긴 겨울과 짧은 여름, 햇볕과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 휘게와 피카, 수많은 동호회와 협동조합, 낮은 건물들, 자전거 천국, 아름다운 조명과 가구들, 동화의 나라……. 많은 것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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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오덴세에 있는 안대르센 미술관     ▲스웨덴 '삐삐'의 나라 주니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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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가끔은 도대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묻지도 않았는데 어딜 가나 민주시민교육을 이야기한다. 덴마크나 스웨덴 교육에서 “민주주의는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교육은 시민교육이고, 자기 삶과 커뮤니티에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에 적합한 책임감을 갖도록 교육한다.” 어라, 얘네들 입 맞춘 거 아니야?   

 

- “학생들이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그들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 한스 스콜레 공립기초학교 교장 선생님

1) 덴마크는 우리의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과정이 통합된 학교로 공립기초학교(Folkeskole)와 프리스콜레(Friskole)라 불리는 자유기초학교가 있다. 프리스콜레는 공립기초학교에 대응하는 대안학교다. 참고로 자유중등학교(Efterskole)는 우리의 중학교 2학년~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학생들이 고등 과정에 진학하기 전 자신의 학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하고자 진학하는 일종의 기숙학교이다. 기초학교를 마치면 고등의 김나지움이나 직업교육 또는 개인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 “학생들이 서로 잘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을 알고 상대방에 관해 관심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상적인 학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학생이 있을 뿐이다. 덴마크에서 민주주의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본인의 책임과 권리를 스스로 찾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 선생님이든 학생이든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한다. 선생님도 모범적인 품위를 떠나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교수법에도 자유가 있어야 한다. 선생님의 최선의 방법을 존중한다.” - 케르민디그넨스 프리스콜레 교장 선생님

 

- “민주주의는 국가 교육 체제의 가장 기본이 된다. 학교에서의 모든 교육활동은 기본적인 민주주의적 가치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은 개인의 경험뿐만 아니라 인권과 기본적인 민주적 가치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의식적으로 윤리적 스탠딩 포인트를 결정하고 표현할 수 있다. - 스웨덴 낙까 교육청 ppt에서 

 


로비 사용법

 

학교 현관 로비는 어떤 곳인가? 텅 빈 그곳은 식당 줄서는 곳? 아기자기한 그림과 학생 작품들, 졸업생 사진이 걸려있고, 편안해 보이는 소파가 있고, 때로 사방으로 통하는, 벽 없는 도서관과 연결되기도 하고, 모닝 어셈블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환대받는 느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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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복도에 걸려 있는 학생 작품들 ▲ 사방으로 통하는 열린 도서관

 


모닝 어셈블리

 

프리 스콜레의 모닝은 모닝 어셈블리(아침 조회). 전교생이 모여 30분 남짓 합창하고 이야기 나누다 “서로에게 좋은 날을 주자!”라고 외치며 해산한다. 신선하다. 

학교를 방문한 날에는 “이가 빠졌어요.”, “레고 랜드 놀러가요”라고 말하는 저학년 아이들의 귀여운 고백을 들었다. 아니, 노래하고 요런 얘기 들으려고 아침마다 모이나 싶은데 신기한 것은 중2나 중3쯤 되는 고학년들의 자세. 몸을 배배 꼬기는 해도 저학년 아이들의 이야기를 냉소하지 않고 끝까지 경청한다.

교장 선생님 왈,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육의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두려움 없이 자기를 표현하는 법,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는 것을 배운다. 같은 경험을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함께 부른 곡은 덴마크인의 삶과 역사에 관한 노래이고 가사를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노래를 같이 부름으로써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느낀다.”

나도 살아있고 우리도 함께함을 경험하는 교육, 듣기와 말하기, 큰일은 아니어도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 자기를 표현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연습을 하면서 민주주의를 배운단다.  섬세하다. 

 

실없는 얘기 하나. 교장 선생님들이 하나 같이 말을 잘한다. 모든 학교 설명은 교장의 일이고 교장은 교육철학을 겸비한 실제적인 학교 관리자다. 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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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어셈블리의 한 장면

 

 


방탄

 

아미는 곳곳에 존재하며 우리와 소통했다. 사방에 여학생 아미 천지.  

 


수업

 

수업을 참관하는 일이 가장 즐거웠으며 동시에 가장 힘들었다. 타지 학교에 전근 온 느낌? 한스 스콜레 공립기초학교 교장은 덴마크 공교육 발전은 협력수업과 액션 러닝, 전문가학습공동체 활동이 이끌어 왔다고 강조한다. 여기뿐일까. 하지만 자랑을 정말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교장선생님 말씀에 귀기울여본다.   

 

“협력수업(co-티칭)이란 문제적 상황에서 카운슬링 상담교사(협력 수업자)와 함께 학생의 욕구를 확인하고 어떻게 수업을 조직할지 새로운 방법을 계획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교실에서 실행하는 것이 ‘액션’ 파트이고, 액션이 잘 되었는지 또는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조정할지를 점검하는 것이 ‘액션 러닝’이다. 

전통적으로 가르치는 일은 매우 사적인 영역이었다. 예컨대, 한 교실에 한 선생님, 자기 학생, 자기만의 수업 방식 등. 전문학습공동체(PLC. professional learning community)는 가르침에 대한 이러한 문화적 저항을 극복하고, 과제 해결과 문제 상황에 대해 해법을 나누는 솔루션 모임, 공동체다. 같은 반 또는 같은 과목, 같은 학년을 하고 있는 교사가 한 달에 4-5회 정도 만나, 학생을 비난하는 대신에 선생님들이 가지고 있는 학습 결과물, 수업 태도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학생에게 어떤 가르침이 이로운지를 검토한다. 학교는 동료교사를 연결하고, 공동체 활동 시간과 수업참관 시간확보 등을 공식적으로 지원한다. 우리는 학생들의 배움을 위해 고립보다는 협력함으로써 개인의 교수 능력을 확장하고 가르침에 공동 책임을 진다.” 

이것의 짝은 문제중심 배움(PBL, Project based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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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스콜레 교장 PPT 장면

“실제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학습자들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움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수업 방식이다. 학생들은 소그룹으로 나누어 데이터 질문(무엇을, 누가, 어디에서 등)과 설명적인 질문(어떻게, 왜 등), 그리고 비판적 질문들(이것은 합당한가? 둘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등)에 대해 협동하여 조사하고, 의견을 나눈다. 다른 그룹과도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여 타당한 결과물을 도출하여 발표한다. PBL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좋은 문제를 만들고 좋은 문제를 공식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공부법과 현실 반영, 사회성, 문화 간의 이해, 시민의식, 건설적 비판능력, 자기주도력, 호기심, 창의성, 용기, ownership, 인내, 심사숙고 등의 역량이 발휘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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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수업 장면

덴마크 한스 스콜레에서 버려진 의자를 재생하는 공작수업에 들어가 보았다. 학생들은 날카로운 톱과 전기 드릴 등 각종 공구와 바느질 도구가 즐비한 교실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의자를 만드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의자의 몸체를 청바지 천을 이용하여 휘두르고 청바지 주머니를 떼어내 의자 옆에 붙이는 학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삶의 자기 결정권’이란 단어가 절로 생각이 났다. 자기 삶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한 사람이 개성을 가진 고유한 개인이자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에 필수다. 그런데 이것은 타고나지도, 시험 쳐서 ‘쯩’이 나오면 생기는 것도, 어느 순간 ‘확’, 도를 깨치듯 생기는 것도 아니다. 아무런 토대 없이 자기 혼자 생각해내고 제 맘대로 사는 것이 자기 결정권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이 능력은 철저히 시스템이고 문화로 생성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삶의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한 사람을 둘러싼 공기로 맴돌며 스며드는 거였다. 따로 또 같이 고민하고, 논하고, 선택하고, 실행하고, 성공과 실패를 맛보며,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나와 또 다른 나를 각성해간다. 그런 생의 모든 장면의 축적이 자기 결정권이다. 저 아이들이 지금 그저 의자하나 만드는 게 아니라 그거 하고 있구나. 소름이 오른다.

 

스웨덴 해양직업고등학교의 ‘Learning by doing(실습을 통한 배움)’이란 수업 철학도 인상적이었다. 스웨덴 인구의 10%가 배를 소유하고 있다는데, 이 학교에서는 학급별로 한 달씩 배를 타고 생활하며 배에서 할 수 있는 각종 직업을 직접 체험한다고 한다. 지식과 이론 교육보다 현장 실습 중심의 현실적인 직업교육을 하며 고등학교 졸업 후 자신의 적성에 맞게 진학 또는 취업을 선택하게 한다고. 삶을 통해 배운다! 다시 한 번 삶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단어가 활자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역동으로, 시스템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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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직업학교 실습 배

 


어떻게 만나나

 

스웨덴의 입구, 스톡홀름 공항에서부터 덴마크와는 뭔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다양한 피부색의 향연! 스웨덴 인구 대략 1,000만 명 중 1/4정도가 외국 출신이란다. 이민을 많이 가야했고 또 난민 등 이주민이 많은 나라 스웨덴. 여기는 새로운 삶터를 찾아온 이들과 어떻게 만날까?  

 

스웨덴의 낙까 교육청에서 질문이 있었다. “이주민 출신 청소년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작은 그룹으로 나누어서 교육합니다. 자치단체에서 최대한 빨리 스웨덴 교육시스템으로 통합을 결정합니다. 모국어를 1주일에 1번 정도 교육합니다.” 

뭐어? 모국어를 공부하게 한다고! “모국어를 교육합니다!”라는 말이 ‘우리에게 왔으니 백기 들고 투항하라’가 아니라, ‘너의 존재를 인정한다. 네 존재의 뿌리를 잊지 않도록 너의 모국어를 아껴. 그냥 너라는 존재, 너라는 역사가 그대로 와도 우리가 될 수 있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줄게.’로 들렸다. 찰라지만 다른 세계, 작은 존재를 존중하고, 각자의 문화를 인정하며 하나를 이뤄가는 스웨덴 사회의 ‘우리 DNA’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웨덴 교육과정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스웨덴 사회의 국제화와 국경 간 이동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국민들에게 함께 어울러져 살 수 있는 능력과 문화적인 다양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필요하다. 자신의 문화적 기원에 대한 인식과 공통 문화유산에 대한 공유는 다른 사람의 가치와 조건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개인이 발달하는 데 중요한 튼튼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는 그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와 책임을 갖는 사회적, 문화적 만남의 장소이다.’ 

 

신기한 체험. 말과 글과 삶이 다르지 않음.

2) Skolverket(2018). Curriculum for the compulsory school, preschool class and school-age educare REVISED

 


정치 참여


덴마크와 스웨덴은 18살부터 투표권이 주어진다. 하긴 이건 놀랄 일이 아니지!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한 효능감을 결정하는 변인 중에 실제 정치 참여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경우 학생자치 활동, 선거 참여 실습 그리고 정당이나 정치단체활동 등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활발하다. 특히 두 나라 모두 ‘학교 투표’라 불리는 청소년 모의선거가 있다. 선거연령을 수년 앞두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은 예비유권자로서 일반 유권자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투표용지에 투표하며 정치 참여를 경험한다.

 

문득 얼마 전에 읽었던 스웨덴 최연소 의원·장관인터뷰 기사가 떠오른다. 기사에 따르면 스웨덴의 선거철에 정치인들이 젊은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학교를 찾는단다. 교문 앞에서 유인물을 배부하는 소극적인 방법부터, 정책에 의문을 품은 유권자와 시간을 들여 열띤 토론을 이어가는 등 방식은 제각각인데, 모든 학교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선거운동 기간 의회에 있는 모든 정당에게 학교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한다고. 스웨덴 최연소 의원이자 장관인 프리돌린은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모든 사람은 정치권이 내린 결정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습니다. 민주주의 원리는 모든 국민이 정치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권리를 가지는 데에서 출발하지요. 스웨덴에서는 18세가 돼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은 정당 활동이나 시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기후변화를 위한 금요일 등교 거부운동’을 시작한 16세 소녀)처럼 말이지요.” 툰베리는 어느 날 별에서 온 그대가 아니었다. 
3) 스웨덴 최연소 의원 · 장관 "비결은 18세 참정권과 민주적 경선". 2019.08.05 한국일보


 

 


축복받는 졸업식

 

덴마크나 스웨덴이나 고등학교 졸업은 단순히 학업을 마친다는 의미가 아니다. 독립을 의미한다. 그래서 졸업식 날은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새로운 인생 창업을 시작하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축제의 날이다. 침대캐노피처럼 장식한 트럭에 졸업식 모자를 쓰고 시내를 한 바퀴 도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생의 기쁨과 감동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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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졸업식 장면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는 자신의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 일종의 사고의 틀로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사람은 누구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바로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단다.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는 식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게 되면 오히려 상대의 프레임이 활성화하고, 더 강해진단다. 상대의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자기 이야기를 하려면 타인의 프레임, 부정의 언어가 아니라, 자신의 프레임, 긍정의 언어로 세상을 자기 식대로 바라보라 말한다. 

갑자기 왜 코끼리냐고? 덴마크, 스웨덴의 성교육을 바라보며 레이코프의 코끼리와 같다고 생각했다. 성에 대한 관심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연스러운 일로 여긴다. 그리고 자신의 사회에 맞게 성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재구성한다, 성교육의 새 판을 짠다. 

덴마크 학교에서는 매년 2월 두 번째 주(식스주)에 전국에서 일주일간 일제히 성교육 주간을 운영한다. 어릴 때부터 자기 몸의 다양한 신체기관의 이름과 기능에 대해 정확하게 공부하는 주간이라고. 몸을 공부한다? 몸에 대해? 실은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공부다. 자기 삶의 결정권에서 중요한 덕목의 하나인 내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기르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치마를 휘날리며 자전거 타는 덴마크 여성을, 상의탈의하고 달리는 남성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이 드물다. 그대의 선택이고 그대의 소중한 몸이며 존중할 뿐 엿볼 생각이 없다. 이렇듯 야릇하지 않고 건강한 성문화 때문인지, 10대 임신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덴마크라 들었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성에 대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구체적인 사실만을 얘기한다. 신체의 구조, 피임 등 성에 관한 지식은 물론이고 서로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여 감정을 나누는 것에 초점을 맞춘 관계 중심의 성교육을 한단다. 관계를 존중하는 성, 궁금해진다.  



투보그


맥주는 사랑이지. 덴마크 맥주 투보그는 칼스버그보다 맛있었다. 덴마크에서 술은 16세부터 마실 수 있다. 물론 맥주 정도의 가벼운 술만 가능하다. 아, 학교에서의 음주는 안 된다. 보통 금주, 대마초, 마약, 섹스 금지의 룰이 있고 어길 경우 퇴학이라고 한다. 규칙은 함께 정하고 엄격히 적용한다. 그러나 징계 이전에 ‘모든 선택은 개인의 자유이고 선택엔 책임이 따르며 모든 책임은 나의 것이다’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내면화시키는 것을 우선한다고 한다.

 


평등

 

“스웨덴 모든 아이들은 인종, 지역, 성별, 경제력에 상관없이 모두 평등한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의무교육을 받아야한다.(교육법). 아동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든 똑같은 질의 교육을 받아야한다. 의무와 자유, 동등성을 중시한다. 국가적 단위의 교육행정이 있으나 지방분권적 의사결정을 하며, 학교는 학교의 교육 철학이 반영된 교육과정 운영을 운영한다. 학생들 자신의 아이디어를 탐험하고 문제를 해결하게 하며 창의성, 호기심, 자기 확신을 위한 자극을 주는 곳이 학교다. 학생은 독립적이면서도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능력을 발전시키고 자기 주도적이며 책임감을 가질 기회를 얻어야 한다. 학생은 다른 사람들의 내재적인 가치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억압과 차별적 대우에 반대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 

스웨덴은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다.  장애인은 지자체 및 국가의 공동책임이라는 의식. 낮 동안에 무언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도록 한다.” - 낙까 교육청 p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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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까꼬뮨 앞 '모두를 위한 의자'

 

 


혁신

 

교육혁신과 사회개혁은 두 개의 수레바퀴로 함께 해야 효과가 있다. 덴마크의 휘게 또는 스웨덴의 피카는 웰빙(wellbeing)이라는 뜻이다. 두 나라의 풍경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말로, 편안하고 아늑한 상태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이것이 개인의 삶에 그치는 말일까? 넓은 의미의 집, 국가라는 ‘집’이 문제다. 우리의 국가는 편안하고 아늑한 국민의 집인가? 어렵게 월세를 마련하고, 전세 값을 냈는데도 방을 빼라는 국가는 아닌가. 민주시민교육과 다양한 교육혁신을 논하는 우리, 잠시 머물렀던 ‘그곳’의 풍경을 떠올리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다지는 일 없이 교육혁신이 가능한 일일까 생각에 잠겨본다. 

 

짧은 시간이었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름으로 많은 것을 논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다만 덴마크와 스웨덴이 내가 있으면서도 우리도 있는 사회라는 점, 요란스럽진 않지만 삶 자체, 교육의 본질로 민주시민교육을, 자율과 평등, 연대를 담아내기 위해 애쓰는 나라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곳’의 풍경을 더듬으며, 다시 한 번, 사랑은 양 이전에 세기! 그러나 길게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천천히, 다양하고 넓게, 끈질기면서도 구체적으로 ‘이곳, 우리의 삶’을 탐구하는 일이 남겨졌다. 마지막으로 스웨덴의 한 해양직업고등학교 교실에 붙어있던 글들을 소개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투보그 마시고 싶군. 덴스 안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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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g stråvar efter att förstå mig själv och andra. 나는 먼저 나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Jag är ärlig med vad jag känner, tycker och tänker. 나는 내가 느끼는 것에 정직하고, 생각하고 생각한 것에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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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 FÖR ALLA, ALLA FÖR EN.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Jag kan ge och ta feedback. 나는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 이글은 「민주사회와 교육」66호(2019 가을호)에 실린 글을 약간의 수정을 거쳐 올린 것입니다.